상담의 원리와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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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 원리와 과정
담당교수:구만호
I. 상담이란?
“상담”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서로 다른 뜻으로 쓰여지고 있다. 전화와 매스컴을 통하여 개인적인 대화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 받거나, 복덕방에 집을 사고 파는 것 뿐만 아니라 결혼을 위한 중매까지 상담이라 한다. “개인적”이며 “개별적”인 대화를 모두 상담이라고 부른다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정도로, 오늘날 상담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상담이란 말은 개인과 목적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Tyler(1969)가 간결하게 지적했듯이 상담(counseling)이란 말은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어떤 두 사람이 꼭 같은 방법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상담이란 말은 흔히 쓰고 있는 우리의 말이긴 하지만 전문적인 영역으로 급성장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뜻에 혼란이 많이 따르고 있다(전찬화, 1993).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상담은 교육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및 종교와 철학 등 여러 학문분야로부터의 다양한 지식을 망라한 통합적인 근거 위에 형성, 발전된 다학문적(interdisciplinary) 특성을 지닌 전문직이다(Glanz, 1974). 상담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며 상담의 기능은 개개 인간이 최대한의 발달과 복지를 이룩하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의 발달과 복지의 증진을 돕기 위하여는 그 인간존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능한 모든 요인들에 대하여 이해할 뿐 아니라 이들 요인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담은 다학문적 바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상담은 인문과학의 종합적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형득(1989)은 상담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하여 몇몇 학자들의 상담에 대한 정의를 살펴 본 다음, 상담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개인, 즉 내담자와 전문적 훈련을 쌓아 조력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상담자와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조력관계의 과정”으로 포괄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때 상담의 의미를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도움자체”에 대한 성격규명이 필요하다. 즉 상담은 도움을 주는 과정인데 어떤 종류의 도움을 말하는 것이냐에 관한 문제다.
상담의 발달사적 흐름에 따라 도움의 내용이 여러 가지로 변화되어 왔지만 Whiteley(1984), 이형득(1989)은 이들의 흐름을 크게 두가지 입장으로 나누고 있다. 즉, 하나는 상담을 내담자가 가진 고민거리, 문제거리를 해결하게 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으로 보는 입장과 다른 하나는 당면 문제해결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성장과 자기개발, 그리고 환경에 대한 개선력의 신장을 돕는 것을 상담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담을 내담자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 즉 갈등을 해소하게 하고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서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상담의 전부로 알아왔다. 이 견해에 의하면 상담이란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에 적응하고 순응하도록 돕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보다 나은 성장 발달은 등한시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사회현실을 개선하거나 보다 바람직한 사회를 창조해 나가는 인간조성이라는 중요한 과업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최근에는 상담에 대한 이해는 문제해결과 사회적응을 돕는 것 뿐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발달 및 개선, 창조력의 신장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Blocher, 1974; Drun과 Figler, 1976). 이러한 맥락에서 이형득은 상담을 “내담자의 자기성장을 궁극목적으로 하여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조력관계의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상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된 조력관계라는 특수한 인간관계의 성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형득(1989)은 다음과 같은 조력관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상담관계는 상담자가 가능한 한 자기중심적인 입장을 떠나서 상대방인 내담자 입장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 일상의 대인관계에서는 상대방 중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근본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관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담관계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그의 느낌과 경험을 공감적으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그러면서도 상담관계는 하나의 역동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일상적인 대인관계는 주로 상하관계 또는 주종관계로 불리어지는 일반적 및 지시-복종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상담관계는 상담자와 내담자 쌍방이 협동하여 세운 상담의 목표를 향하여 동등하게 책임을 지고 노력하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상담관계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담자와 전문적인 자질을 갖춘 전문가의 상호작용에 의한 조력관계다. 상담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충고나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참하여 통찰과 정서적 해소를 촉진시키려는 상호작용적 과정이므로 상담에 응하는 전문가는 인간자체, 인간행동 및 인간관계 등에 대한 심리적인 깊은 이해와 이에 대한 응용력을 갖추어야 한다.
넷째, 상담관계는 일상적 대인관계에 비하여 사(私)적이고 비밀이 보장되는 관계다.
다섯째, 상담관계는 상식적인 범주의 틀을 벗어난 초상식적인 부딪침(encounter)의 관계이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대인관계는 상식적인 틀, 즉 상식적인 관습, 체면, 가치과 등에 따라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람이 깊은 고민 속에 빠져 있는 경우 상식적인 말이나 행동으로서는 그의 심층심리에 접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일상의 생활 속에서는 얻을 수 없거나, 얻기 어려운 삶의 교훈이나, 체험, 성격이나 행동 습관의 개선 또는 변화는 일상의 관계를 넘어선 초상식적인 마음과 마음의 부딪침의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II. 상담자의 태도․책임
1. 상담자의 태도
상담자가 상담에 대하여 갖기 쉬운 태도, 기대 및 동기 등은 상담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상담자가 지닐 수 있는 상담에 대한 태도 중 상담에 역효과를 주기 쉬운 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남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든지, 상당히 민감하고 이해심이 깊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에 상담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
둘째, 너무 열심히 남을 돕고자 하는 욕망
셋째, 자기가 과거에 경험한 사실이나 지식을 통해 내담자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넷째, 친구들과의 대화나 우정어린 면담이 상담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다섯째, 상담장면에서의 불안이나 긴장감을 감추려는 과장된 태도
2. 상담자의 책임
가. 인간적 자질 : “원숙한 인격과 인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모호한 것에 대한 인내”, “감수성”, “이해력”, “내담자와의 의사 및 감정소통능력”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말하는 모호성에 대한 인내력을 내담자의 감정 및 생각과 문제의 양상이 당장 분명치 않아도 기다릴 수 있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마음과 생활조건의 불확실성에 불안해 하지 않고 적절히 수용하고 대처해 나가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전문적 자질 : 인간이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상담자는 자신이 언제나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다 경험이 많은 상담자에게 실습지도를 받을 책임이 있다. 또한 상담자는 자신에게 의뢰한 내담자에 대한 비밀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내담자를 돕기 위하여 실습지도를 받는다든가 동료들과 상의는 할 수 있다.
III. 상담의 원리
1. 상담면접의 기초원리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상담관계란 일상의 대인관계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독특한 인간관계다. 이러한 상담관계를 원만하게 진행시켜 상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기본적인 면접원리가 필요하다. 이장호(1986)는 그의 저서 “상담면접의 기초”에서 상담면접의 기본원리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내담자의 모든 행동은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의 행동의도를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이는 일상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관계는 내담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기 위핸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를 전체적 인간(total person)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담장면에서 내담자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그가 보이는 행동이다. 더욱이 내담자의 모든 행동 및 반응은 어떤 목적과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내담자의 행동(객관적으로 볼 때 적절한 행동이든 적절치 못한 행동이든간에)은 그 내담자의 입장에서 보면 옳은 행동(?)이라는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만 내담자의 모든 행동 및 반응의 의미를 가능한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내담자의 반응 중 즉각적으로 관찰되는 것 뿐만 아니라 관찰될 수 없고 지연된 반응이 있음을 주목하고, 이를 가능한 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이는 상담과정에서 상담자의 반응이 내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상담자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담자의 고도의 감수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있다.
셋째, 상담의 최종목표와 중간목표를 구별하여 먼저 중간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담의 최종 목표는 내담자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문제와 직접 관련되고, 상담자와 합의된 ‘문제해결의 내용 및 수준’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대체로 내담자의 호소문제는 다양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상담자의 관점에서 정리되어 내담자와 합의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상담의 중간 목표도 내담자의 호소문제나 적응수준 및 상담자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ㅇ벗으나 일반적으로 공통적이며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기본과정이 있다. 이것이 바로 상담자와 내담자간의 개방적 신뢰관계(信賴關係)와 내담자의 자각(自覺) 및 자주성(自主性)의 회복이다. ‘개방적 신뢰관계’와 ‘자각 및 자주성 회복’은 모든 상담면접의 기본이며 어떤 상담과정에서도 공통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중간 목표라고 볼 수 있다
2. 상담의 핵심원리 및 촉진관계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개방된 신뢰관계”와 “자각 및 자주성의 회복”은 상담면접의 기본이며 어떤 상담과정에서도 공통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중간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내담자의 자기이해, 자기수용 및 자주성의 회복은 개방적인 신뢰관계에서의 “인격적인 대화” 속에서 촉진되기 때문에, 이러한 면접분위기의 조성이 결국 모든 상담면접의 기본조건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조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상담의 핵심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1)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공감적 이해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거의 같은 내용과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공감적’이라는 것은 내담자가 말하는(관찰될 수 있는) 것으로부터 그의 감정, 태도 및 신념(잘 관찰될 수 없는 것)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치 내담자의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이 상대방이 지니고 있는 느낌의 틀을 이용하여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리켜 상대방의 내적 준거체계(internal frame of reference)를 가지고 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감을 하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내담자의 감정을 공감하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을 때 내담자는 그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신뢰하게 되어 자신을 깊이있게 드러내 보일 수 있게 된다.
2) 긍정적 존중(Positive Regard)
상담자가 진정으로 내담자를 돌보려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 지각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담자는 외형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내담자를 판단하거나 내담자의 행동, 태도에 대하여 찬성 혹은 반대하지 않으며, 내담자의 자기이해와 긍정적 변화를 위한 내담자의 자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 상담자가 진지하게 신뢰하면 할 수롣 내담자는 더 자유스럽게 자기탐색을 할 수 있다. 그러한 관계를 통해 내담자는 그의 자아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내적경험을 그리고 그가 강하게 방어해 왔던 부분들을 그의 의식과 행도응로 점차로 받아들일 숭 있게 된다. 내담자기 이전에는 허용할 수 없었던 느낌을 말로 표현함에 따라 그는 다른 사람으로 부터 진실된 이해를 받게 되며 새로운 자아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3) 진실성(Genuiness)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그 순간 순간에 느끼는 경험에 진실하고 솔직해야 한다. 상담자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표현하면 할수록 그 만큼 내담자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내담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상담자는 지적으로뿐 아니라 내담자의 경험을 살아있는 그대로 느낄 만큼 유기체적이어야 한다. 상담자는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경험되는 바에 집중하여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를 솔직하게 표현하여야한다. 이와 같은 상담자의 진실한 태도는 내담자와 더불어 탐색함이 없이 순수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내담자의 개방적인 자기 탐색을 촉진, 격려하게 된다.
3. 상담목표의 설정과 내담자 평가
상담관계에서의 내담자와 상담자의 행동은 목표지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상담의 결과적 목표(예 : 문제해결)를 달성하려면 우선 과정적 목표(효과적인 상담관계의 형성)를 성취해야 할 것이다(이장호, 1986).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상담의 과정적 목표달성은 상담과정에서 나타나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대체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 목표의 달성은 내담자 호소문제의 성질, 내담자의 상담에 대한 기대, 내담자의 심리․사회적 특성 및 상담자가 이해한 내담자의 문제, 상담자가 선정한 상담전략 및 기법 등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상담의 목표설정은 내담자 평가와 더불어 상담의 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대체로 초심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상담목표 설정에 있다.
상담의 목표는 일반적으로 자기탐색, 자기이해, 보다 넓은 자기 인식 그리고 자기실현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용어들은 모호하고 불분명하며 구체적이 아니므로 상담의 결과적 목표는 행동적인 행동변화가 일어날 때에만 검증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담목표는 내담자의 행동변화의 정도로 기술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상담자들은 주로 내담자의 행동방향의 결정 및 미래계획을 도와준다. 내담자들은 생활과정에서 자기가 취해야 할 가장 최선의 행동방향 또는 의사결정을 찾기 위해 상담자를 찾는다. 다시 말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미래생활에서 가장 이익이 되는 행동과정을 선택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상담의 성공정도는 어떤 종류의 행동변화가 얼마나 일어났느냐에 따라 기술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담목표를 행동적인 용어로 기술하는 정도는 내담자의 상담을 받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단순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경우와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상담을 원하는 경우나 시험에서 오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자 하는 경우 각각에는 상담목표가 행동적인 용어로 기술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담목표에 기초해서 설정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담의 목표 및 상담효과는 행동변화의 측면에서 기술되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행동은 유기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적 요구 속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나름대로 독특하게 발전시킨 결과다. 따라서 상담의 목표는 내담자의 호소문제, 내담자의 내적 특성에 의해서 결정되고 합의되어야 한다. 우선 상담목표를 선정하는데 고려해야 할 내담자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호소문제
평범하고 단순한 말 같지만 상담자는 이 내담자가 왜, 이때, 이 상담실(혹은 상담자)을 찾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려는 이유, 목적이나 배경 등을 우선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때 호소문제의 간단한 “역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즉 그 문제가 발생한 시기, 상황적 혹은 생물학적 배경, 문제가 발전한 경로, 현재의 상태와 심각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그 문제와 관련된 대인관계, 사회적인 혹은 직업상의 변화 및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몇 주일의 우울증세를 호소하는 여대상의 경우, 언제부터 우울증세를 자각하였는지, 월경주기와 우울증세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우울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대인관계나 학업상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2) 현재 및 최근의 기능상태
지적인 기능, 정서적 기능 및 사회적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내담자를 이해하고 상담목표 및 상담전략 등을 결정하는데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내담자가 학생이라면 학업상의 기능을 평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지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만약에 내담자가 최근 몇 개월동안 학업성적이 현저히 떨어졌다면 이 내담자에게는 환경적, 심리적, 생화학적 변화가 최근에 급격히 발생하였는지도 모르며 그런 변화가 내담자의 문제와 직결되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직장인이라면 업무수행의 기능과 동료와의 대인관계 기능, 주부라면 대인관계의 기능과 자녀양육의 기능 등이 탐색되어야 한다. 직업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대인관계의 기능, 즉 친구관계, 교사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직장동료나 상사․부하와의 관계 등에서 최근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흔히 상담장면에서 내담자가 사용하고 있는 어휘, 문법의 정확성, 개념적 사고능력 등을 고려해서 지적발달 수준을 추론할 수도 있으며 심리검사를 활용하여 내담자의 주요기능의 정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3) 정서적 상태의 평가
정서는 인간행동의 중요한 요인이므로 상담과정에서도 중요요인으로 간주된다.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중요한 경험이나 상황에 관한 감정을 좀 더 완전히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적 목표일 때가 많다. 따라서 내담자가 표현하는 주된 감정과 내담자가 강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을 예민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자가 특히 예민하게 파악해야 하는 중요한 감정에는 불안 및 공포, 분노, 적개심, 증오, 공격심, 우울, 슬픔, 죄의식 그리고 행복감 또는 기쁨이다.
내담자의 정서상태의 파악은 내담자의 상황진술을 통해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내담자가 어떤 상황을 욕구좌절적인 것으로 말한다면, 내담자는 그런 상황에서 분노, 불안, 우울 등의 정서로 반응할 것이라고 상담자는 가정할 수 있다. 또한 내담자가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상황을 말하고 있을 때는 흔히 공포의 감정이 수반된다. 그리고 내담자가 중요한 도덕적 윤리적 규범을 깨뜨리거나 깨뜨렸다고 간주되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면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내담자의 정서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능력은 얼마나 정확히 그 정서 상태를 추론하느냐에 달려있으므로 정서상태에 대한 평가는 상담자의 중요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서상태의 파악은 상담의 최종목표나 과정목표를 설정하고 이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4) 스트레스 원인
내담자에게 스트레스나 압력이 될 만한 조건들로는 대인관계의 불화, 의사결정,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상황, 공부, 성적, 시험 등의 평가상황, 재정적 곤란, 신체 질병이나 허약, 가족원의 문제, 외로움, 권태, 너무 잦은 사회적 모임, 주거환경 등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특이한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나 압력이 되는 상황은 대체로 상황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내담자의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지각하고 평가하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데 중요하다.
5) 사회적 심리적 자원
상담목표를 설정하고 특히 상담전략 등을 결정하는데 중요하면서도 흔히 간과하기 쉬운 요인이 내담자의 사회적, 심리적 자원이다. 자원이라는 의미는 내담자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촉진적인 역할을 하는 내․외적 특성들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특성과 협조하여 변화를 꾀하고자 할 때 효과적인 상담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적 자원으로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위의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원이 빈약한 사람들은 상담자에게 더욱 의존적(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이거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더 떨어지거나, 대인관계의 기술이 극히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심리적 자원의 대표적인 것이 내담자가 자신에 대하여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느냐는 신념, 즉 자신에 대한 태도이다. 이를 흔히 자아개념이라고 하는데 내담자가 자신의 자기상을 변화시켜 주는 것이 상담의 적절한 전략일 수 있다. 자아개념이 긍정적, 적극적으로 변화하면 행동, 정서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담자의 자아개념을 이해하는 것 그 자체가 상담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내담자의 특성이다. 자아개념의 특성 중 선택적 지각능력은 자신이 자기를 이해하고 있는 방향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경험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존재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
대체로 내담자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나 이해가 부정적이거나 정확하지 못하다.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상담자는 내담자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왜곡하고 있는 내담자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고, 이를 상담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6) 대인관계의 특성 평가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대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대인관계가 내담자들이 제시하는 문제의 주요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대인행동의 차원을 여러 가지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중에 포함되는 것이 신뢰 대 불신, 솔직성 대 비솔직성 및 긴장형 대 이완형 등 세가지이다. 내담자의 대인관계가 어떤지를 이해하는 것이 상담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구성하는데 필요하다.
7) 내담자의 기대 평가
상담의 과정에서 내담자가 투입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기대들이다. 기대의 일반적인 의미는 어떠한 상황에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다. 내담자 기대는 상담과정에 대해 내담자가 예측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내담자의 기대는 일반적으로 부적절하거나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자의 노력 중에 내담자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수정하는 것이다.
또한 상담과정에서는 중요한 생활조건에 관한 내담자의 비현실적인 기대도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어른들로부터 처벌을 받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올 것으로 기대하여 공포를 느끼는 내담자가 있다면 이런 내담자는 자기의 공포가 근거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도록 상담자가 도와주어야 한다.
8) 신체적 특성 평가
내담자의 신체적 이상이나 장애는 상담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담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신체적 특성 및 기능정도를 평가하여야 한다.
상기한 내담자 특성들에 기초하여 상담자는 내담자의 핵심문제, 혹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과정에서 해야 할 상담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상담목표나 상담과정을 계획하는 과정은 상담자의 끊임없는 가설검증의 과정을 통해서 이룩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상담자는 구체적인 상담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하며 상담의 목표설정은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상담목표는 문제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양식이어야 한다.
둘째, 상담목표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셋째, 측정가능한 상담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상담의 목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다섯째,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내담자의 가치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상담목표는 합리적인 시간 내에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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