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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족과 대상관계 가족치료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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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2회 작성일 21-12-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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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족과 대상관계 가족치료 이론


대상관계 가족치료를 21세기 한국가족에 적용함에 있어서 장단점을 살펴보면, 

첫째, 부부의 원가족 경험이 현재 가족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기제를 조명함으로써 가족역동과 문제의 이해에 있어서 다세대적인(intergenerational)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이런 개념적인 틀은 개인내적 특성으로 내면화된 원가족 경험이 현재 핵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확대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어떤 양상으로 상호적으로 작용하는지를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도시 중류가정 까지도 핵가족의 형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는 변형된 확대가족문화 속에서 가까운 확대가족들과 강한 상호관계를 유지하는 한국문화(김유숙, 2000)에 부합하여 그 활용의 정도가 크다 하겠다.

 

둘째, 대상관계 이론은 가족원의 개인내적 역동과 가족관계 측면을 함께 조명함으로써 가족간의 갈등과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따라서 가족원 개개인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원의 행동이면에 있는 무의식적 욕구와 역기능적인 심리적 기제에 대한 통찰을 얻고 각자가 문제상황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해 나갈 수 있다. 가족원 상호간의 이해를 도모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심각한 가치관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한국 가족에게 가족갈등과 문제를 근원적으로 파악하고 상호수용을 촉진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여 좀 더 지속적인 행동변화를 가능케 하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김용태, 2000).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지시적인 방법에만 의존한 행동변화는 자칫 일시적인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김용태, 2000;Nichols & Schwartz, 1991). 가족원 개개인과 가족 전체의 역동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는 치료자가 다른 이론의 치료기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가족역동을 파악하고 가족경험을 이해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셋째, 대상관계 가족치료 이론은 개인내적 특성과 외적 가족관계를 동시에 고려하기 때문에 가족역동과 문제에 대한 좀 더 통합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이런 특성은 다른 정신역동적 가족치료 접근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대상관계 가족치료에서 다루는 개인내적 특성은 좀 더 관계중심적이다. 원가족 경험이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으로 이루어진 대상관계로 내면화되어 이것이 현재 관계와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접근이 제시하는 관계중심적인 개념들은 한국사회와 같이 개인의 정체성이 관계 안에서의 역할중심으로 규정되고 상호의존성이 강조되며 자기-타자 경계선이 모호한 관계성 문화(culture of relatedness, Kagitcibasi, 1994; 김진숙, 1999)적 맥락에서 가족체계내의 개인의 경험과 가족역동을 이해하고 개인과 가족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대상관계 가족치료에서는 궁극적인 치료목표가 가족원들의 심리적인 분리와 개별화가 아니라 이를 통해 온전한 대상관계를 내적으로 구축하고 좀 더 성숙한 차원에서 다른 가족원들과의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이 점에서 원가족으로부터의 정서적 분리와 독립을 개인의 성숙의 척도로 강조하는 여타의 서구이론에 비해 관계성을 강조하는 한국문화에 좀 더 부합한다고 보여진다. 

 

한편 앞서 언급한 대상관계 가족치료이론의 다세대적 관점은 한국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적용의 정도가 제한될 수 있다. 개인주의 문화권의 서구사회에서는 성인자녀가 핵가족으로 분리되어 나가는 반면, 한국문화권에서는 성인자녀와 확대가족들이 정서적, 실제적인 측면에서 분리되어 나가는 반면, 한국문화권에서는 성인자녀와 확대가족들이 정서적, 실제적인 측면에서 상호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즉, 한국문화권에서는 원가족과의 상호작용이 그때-거기에서 발생한 과거 경험이 아니라 지금-여기 가족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 성인자녀의 대상관계와 심리적 기제를 반복적으로 촉발하거나 강화하기 때문에 원가족이 성인자녀의 개인내적 역동과 핵가족 역동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강력하고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타 가족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서구 개인주의 문화의 맥락에서 발전한 대상관계 가족치료이론은 한국문화의 이런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가족과의 밀접한 상호관계를 고려한 문제 이해와 개입전략 제시에 있어서 한계점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이런 한계점은 Bowen 이론의 문화적 한계점으로도 지적된 바 있다(이선혜, 2000).

 

또 다른 제한점으로는 치료방법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대상관계 가족치료에서는 가족경험의 탐색과 통찰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치료자가 지시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며 대개 치료가 장기간 이루어진다. 대상관계 가족치료와 같이 통찰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가족치료 접근법은 가족의 교육수준과 경제적 수준 그리고 개인 내적 경험과 가족경험을 상징적 사고를 통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가족에게 더 적합하다고 보고되어 왔다(김용태, 2000). Scharff 와 Scharff(1991) 는 다양한 발달주기와 문제상황에 처한 가족에게 대상관계 가족치료 이론을 적용시켜 온 임상경험에 근거하여 다소 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이들에 의하면 가족의 교육과 경제적 수준이 치료를 통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교육과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로 치료에 대해 언어적으로 좀 더 효과적인 저항을 보일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가족의 통찰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과 경제 수준 그 자체보다는 가족이 치료자를 신뢰하고 작업동맹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징적 사고의 결핍정도가 심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가족의 경우에는 대상관계 가족치료 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접근법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상관계 가족치료의 비지시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의 특성은 단기개입을 통한 문제해결과 치료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는 가족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문제의 성격상 조속한 해결과 지시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는 경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성장에 대한 동기가 있는 경우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가족의 교육, 경제적 수준, 호소문제, 치료와 치료자에 대한 기대, 작업동맹을 맺을 수 있는 능력 등에 따라 대상관계 가족치료 이론이 차별적으로 효과성을 나타내는지의 여부는 앞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나가야 할 과제이다.

 

 

* 김진숙(경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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