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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누구를 멸망시키려 할 때 가장 먼저 그의 눈을 멀게 한다”는 서양의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잘 나가던 기업과 국가가 어떻게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지를 잘 은유해 주고 있습니다.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데서 위기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성공을 쟁취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미래에도 계속 성공할 것 같은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자기만족에 빠지면서 “우리는 실패할 리가 없다”는 안일한 낙관에 도취되는 것이지요. 이른바 ‘성공 증후군’이라 불리는 증상입니다.

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추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면 됩니다. 이 증후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각 증세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통증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회복이 힘든 단계로 접어든 것처럼 말입니다.

기업들도 사람처럼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어가다 사라집니다. 과거에는 그 주기가 비교적 길었지만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의 맹주를 자처하며 천년만년 선두를 지킬 것처럼 거들먹대다가 몇 십 년도 안 돼 사라진 기업이 한국을 포함 세계 도처에 한둘이 아닙니다.

1970년대 유통업계를 지배했던 세계적기업 시어스가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위용을 자랑하던 시카고의 110층짜리 시어스 타워는 시어스의 위상을 상징했습니다. 우뚝 선 건물처럼 시어스의 독보적인 지위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었습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시어스는 시골 업체인 월마트에 오래 전에 선두 자리를 내준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소득의 양극화’라는 사회의 변화를 읽어 내지 못한 채 과거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 줬던 공식과 모델에만 안주한 것이 몰락의 원인이었다고 보면 경영학측면에서 해석은 틀린 해석이 아니라고 봅니다.

‘성공 증후군’에 감염돼 추락한 또 하나의 기업은 제가 보기에는 GM 같습니다. 지난해 도요타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넘겨 준 GM은 지금 공적 자금에 의존해 겨우 연명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GM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글로벌 경제침체이지만 수십년동안 임직원들이 ‘1등 GM’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이런 환상에 빠지면 추락의 징후를 보지 못한 채 과거의 성공이라는 감옥에 갇혀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주 경제지를 보니 판매 대수에서 GM을 누르는데 성공한 도요타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잇단 리콜로 ‘안전하고 품질 좋은 차’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품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 도요타의 1등 등극 시점과 맞물려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합니다.

도요타를 최고 품질의 회사로 끌어 올린 것은 ‘도요타 웨이’라고 불리는 도요타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이었습니다. ‘도요타 웨이’는 문제점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요체입니다. 도요타는 모든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불량품을 발견했을 때 공정을 일시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엄두를 내기 힘든 방식이지요.

그런데 몇 년 전 도요타는 ‘GM 따라잡기’를 선언하고 생산량을 대대적으로 늘렸고 자연히 ‘도요타 웨이’가 설 자리는 좁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잇달아 문제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라 합니다.

도요타는 지난 1990년대 중반 경영위기가 닥쳤을 때 ‘타도, 도요타’ 운동을 벌여 이것을 극복한 바 있습니다. 바로 도요타 자신이 가장 먼저 타도해야 할 적이라는 의식개혁 캠페인이었습니다. 도요타가 이번에도 또 한 차례의 캠페인으로 위기를 극복해 낼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정상에 선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외부의 변화나 경쟁 기업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업 흥망사는 생생히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잭 웰치는 “세상을 바라보는 장소로 책상만큼 나쁜 곳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주의 위험을 지적한 것인데 그나마 책상 앞에 ‘타도 000’라는 표어를 하나 붙여 놓고 수시로 들여다 본다면‘성공 증후군’ 감염을 막는 예방접종은 되지 않을까 싶고 사업현장, 생산현장 방문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여 수시로 고객 속으로 파고 드는 경영 잊지 마시길 오늘 아침 여러분께 전합니다.